나는 왜 살아남았는가_4
다시 시작된 나의 변화
아픔을 품은 내가, 사랑으로 회복되다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만난 사랑의 공동체
내게 변화를 준 첫 번째 선물은 교회 공동체다.
1996년 4월 봄,
그전까지 나는 교회를 다녔어도
하나님이 나의 삶에 정말 계신 분인지
의심만 가득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해 봄,
나의 이야기를 묻고, 아무 조건 없이 들어주며,
내 거친 말에 상처받으면서도 떠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걸 처음 느꼈다.
나는 상처를 입고,
상처를 주며 살아왔던 사람인데,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사랑한다”라고 말해주는 일이
너무 낯설고, 눈물 나는 일이었다.
그들은 나를
“고쳐야 할 사람”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귀한 사람”으로 대했다.
그 순간부터,
내가 ‘아픈 사람’이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믿게 되었다.
그 봄 이후,
내 인생에는 조금씩 따뜻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남편의 사랑과 엄마가 되며 알게 된 부모의 무게
변화를 준 두 번째 선물은
남편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상하고, 따뜻하고, 한결같은 사람이다.
오랜 시간 불안한 가족 관계로 인해 사랑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거칠게 굴고,
불쑥 화를 내도, 조용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의 그런 모습이
나도 모르게 나를 바꾸었다.
사랑받는 법을 배우면서, 사랑하는 법도 조금씩 배워갔다.
세번째 변화를 준 선물은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낳고, 길러보며
부모로서의 한 없는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두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부모가 되어 보니
나의 부모님도 그저 살아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되었다.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러 가서, 별을 보며 자던 밤,
내가 잡은 물고기로 끓여주신 어죽,
실수를 솔직히 고백했을 때 바로 용서해 주며 웃던 모습,
언니와 싸운 후 내 손에서 피가 나자
그 피를 입으로 빨아주시던 기억까지…
그 기억들은
아버지가 나를 미워하신 게 아니라,
그저 그분도 너무 지쳐 있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그 모든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회복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전에는
상처가 나를 정의했지만,
이제는
사랑이 나를 다시 세우고 있다.
나는 왜 살아남았는가_5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