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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0대여 굳건하게 홀로 서라

by 안임수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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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知天命'

50대를 이르는 말이다. 

'이제 어렴풋이 내가 사는 이유를 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내 뜻만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다'라고 깨닫게 되는 나이란다.

 

나는 과연 어떤가?

 

바람이 내 몸 구석구석을 스치며, 나의 체온을 훔치고

나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날이었다.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은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나?

밥은 뭘 해 줘야 하나? 라는 의무감으로 힘이 빠져있던 내게 아이들이 모두 약속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버스를 갈아타는 구간에서 나는 다음 버스를 타지 않았고, 

걷기 시작했다. 

혼자 맛있게 오징어 한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떡볶이를 먹고

또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미용실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머리 손질을 했다.

머리를 손질하며, 원장님과 대화를 하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힐링 포인트다.

 

그렇게 혼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 나를 발견한다.

 

그동안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많은 풍파를 경험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라고 묻는다면, 그럴 수 있지~라고 답하겠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하는데 버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은 나의 나이듦을 잘 모른다.

아이들은 점점 성장하고, 강해지고 있으니까.

 

그렇다

나는 50대 초반의 나이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고, 자녀 양육도 최선을 다했다. 

삶이 나를 주저 앉게 하려는 순간에도 나는 강하게 살아남았다.

 

그런 내게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가 치명타를 주다니...

 

"이게 이해가 안돼요?

이해가 안 되면 숙제를 내줄 때 물어봤어야죠?"라고 한 아들의 말은 내게 꽤 아픈 말이었다.

 

아이들은 커가고, 남편은 내 맘을 알지 못하고

 

내가 나를 알아줘야 한다.

내가 나를 대접해야 한다.

그럴 때라야 더욱 존중하는 관계를 세울 수 있다. 

 

'知天命'

 

내 안에 품은 뜻을 끊임없이 추구하며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바람이 내 몸을 차갑게 감싸던 어느 날에 나는 조용히 이런 결심을 하며 

따뜻함을 느낀다.

 

50대여, 

굳건하게 홀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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